" 널 위해 피운 꽃이야. " 이름 : 페이그 라인 나이 : 25세 키 / 몸무게 : 191cm / 아스가디언 평균(마른 근육 체형) 성별 : 남성체 (바이섹슈얼) 종족 : 아스가르드인 외관 : 허리까지 일자로 내려 기른 살짝 짙은 금발 머리카락. 그 아래 자리한 하얀 피부, 하늘빛 눈동자. 길죽한 손가락에는 사파이어가 장식되어있는 반지가 두 개 나란히 끼워져 있다. 주로 즐겨 입는 옷은 소매가 넓은 포엣 셔츠와 다리에 딱 붙는 검은 가죽 바지. 종아리 절반 정도 오는 고동색의 부츠를 신는다. 전투를 해야 할 때면 소매가 좁은 옷을 찾고, 활을 쏘기 위한 장갑과 가슴끈이 추가된다. 등에 걸치고 다니는 망토는 목 주위를 털로 장식하며, 검은색이다. 성격 : -술에 취하지 않았을 경우 : 완벽주의. 기록자...
전쟁은 많은 것을 몰고 오곤 했다. 복수라는 복잡한 기반을 둔 전쟁은 혼돈과 죽음이라는 형제들을 몰고 나타나 대지를 휩쓸었다. 인간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며 살아남기를 바랬다. 신전에 울려퍼지는 울음소리와 비명소리는 올림포스에 닿아 헤르메스의 종소리처럼 신들을 불러 일으켰다. 인간의 손이건, 신의 손 안에서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넓은 평야에 고꾸라진 것은 종류도 다양했다. 말을 끌던 마부와 전사. 궁수와 그가 타고 있던 말. 황금으로 치장했던 갑옷을 빼앗긴 채 목이 부러진 왕족. 인간의 계급이 어떠했던, 그것이 짐승이건 곤충이건. 무한한 죽음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평등했다. 지하세계의 다섯 강은 여전히 수많은 망자들의 울음소리를 담고 회색으로 흐르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숨결이 안개가 되어 그 강변..
영면은 자신이 올 것이라 예고하지 않고 찾아온다. 첫눈처럼. 소나기처럼. 잠이 오는 것을 막는 것은 언제까지나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동면은 늘 찾아오는 것이지만, 이번은 느낌이 달랐다. 길고, 긴 잠이 될 것이었다. 나는 내 품에 안겨 잠든 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는 혼자 남겨질 테였다. 영면은 죽음이 아니지만, 우리의 생명을 빗대어 본다고 해도 길고 긴 시간일 것임이 분명했다.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다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언젠가는 눈을 뜰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추측에 가까울 뿐, 날씨가 그렇듯이 나는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었다. 너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야. 내가 잠든다고 말할까. 여태껏 널 보겠다고 ..
가을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이었다. 아끼는 찻잔이 깨졌고, 그 깨진 조각에 손이 베였다. 병원에 나가지 않는 날은 익숙하지 않은 무료함이 덧씌워지는 시간이었다. 늦잠을 잔다고 뒹구는 것도 한 시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머그에 새로 끓여 담은 커피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뉴어리. 언제까지 누워있을 생각이야."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 쓴 물체를 툭툭 건드렸다. 작게 앓는 소리가 네 마른 입술에서 비어져 나온다.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천이 영안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천을 걷어내린다. 네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는 손길은 이제 익숙하다. 연인의 것을 보듬는 것처럼 다정한 손길은 아니지만, 그래.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과 비슷했다. 우린..
01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사일러 블랙. 이런 질문은 이제 시시하잖아. 02 당신의 애인의 이름은 무엇인가요델리시아 마리아 아브레고. 예쁜 이름이지? 세상에서 가장 예쁠 거야. 반박하면 죽어. 03 애인과 어떻게 만나셨나요? 그때 생각은?직장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간단해지겠지? 오, 우리가 같은 편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거든. 어떤 생각을 했냐고? 에뻤지! Shit, 술먹고 본 여자도 그렇게 예쁘진 못했을 거야. 장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아가씨였거든. 04 애인의 이런 점에 반하게 되었다!오, 이거 굳이 답해야 해? 예뻤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것도 같았고. 그냥 같은 감정을 공유해본 적 있는 사람들끼리의 끌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소년은 쓰레기가 발로 치이는 뒷골목에서 살았다. 신의 집에 갇혀 살았던 것과 그렇게 다를 바 없는 삶이라고들 하였지만, 담배를 꼬나물고 가끔 병째 맥주를 들이키는 것이 따듯한 수프와 조금 더 말랑한 빵을 씹는 것보다 나았다. 소년은 가끔 길거리를 지나가다 꽃을 보았다. 장미, 안개꽃과 히아신스. 리시안셔스, 데이지. 소년은 가끔 그 하얗고 빨갛고 노란 것들을 마른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런 알록달록한 것들이 제 손에 들어올 일은 죽어서도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면서. 가끔 꽃가게가 문을 닫은 날, 문 앞에 시들어져 버려진 꽃이 하나 둘 눈에 띈 적도 있었다. 소년은 여린 그것들을 발로 짓밟았고, 힘이 없는 것이라 그리 자신을 위안했다. 꽃잎이 강했더라면, 자신에게 밟혀 으스러지는 일은 없었을 테..
한은 화가 났다. 속에서 끓어오는 분이 쉬이 가라앉질 않아 허수아비가 부러지도록 검을 내리친 것이 벌써 반나절이나 지난 채였다. 누가 그랬단 말인가. 황자의 궁에 독을 들인 자가, 감히. 어느 멍청한 놈이 제 간을 배밖으로 달고 다니느냔 말이다. 고르지 않은 숨이 검날에 배어들었다. 랑이 깨어난지 며칠이 지났지만서도, 한은 여전히 그 불안감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지독하게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어릴적부터 단 한번도 떨어진 적 없었기에, 네 자리라는 것이 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한은 뼈저리게 체감했다. 네가 회복될 때까지 월명궁에서 절대로 내보내지 말라며 명을 내리고, 한은 다시금 제가 있었던 그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짐에 뒤를 돌자, 황태자비가 시종들을 데리고 ..
소년의 어렴풋한 기억은 고아원에서 시작되었다. 길에서 주워진 아이들의 유일한 집이자 세상의 전부였던 곳. 차갑게 식은 수프와 쥐가 돌아다니는 침실이 다였지만, 적어도 그곳의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잠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행복해하곤 했다. 절대 펴지지 않을 것 같은 곱슬머리를 머리 위에 얹고, 매부리코 위에 검은 사마귀가 크게 난 원장은 가끔 아이들에게 사소한 이유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했다. 예를 들어 쥐가 자신의 박하사탕을 깨물어 먹었다던가, 예뻐보이겠다고 원피스와 맞추어 신은 구두가 문턱에 걸려 발목을 삐끗했다던가. 그때마다 아이들은 원장에게 잡혀 다락방에 갇히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숨었다. 소년은 단 한번도 원장에게 잡힌 적이 없었다. 오히려 원장을 화내게 한 원인이 되고서도, 그 실마리조..
🌸한마디 "여어-." 🌸외관 그는 누가 보아도 눈에 확 띄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은 인위적이게도 은빛을 띄고 있었으며, 작지 않은 키, 길죽한 팔다리가 그의 첫인상이었다. 흉과 굳은살로 가득한 손가락은 그를 조금 자세히 본다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었다. 제 푸른 눈동자는 수채화 물감을 풀어둔 것처럼 영롱했다. 바깥으로 나가야 할 때면 그 길게 늘어뜨려지던 은발을 정갈하게 포니테일로 묶곤 했다. 사내새끼가 무슨 머리를 그렇게 기르고 다니느냐 묻는 질문에, 그는 늘 어물쩍 넘어가곤 했다. 검은 가죽 자켓, 그 안에는 하얀 티셔츠나 단추를 두어개 풀어헤친 셔츠. 자잘한 흉터와 등 뒷쪽의 화상 자국을 숨기기 위한 비늘 문신이 있다. 등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그은 듯한 넓은 화상 자국..
"이번 화보 말인데요, 매니저. 너무 노골적인 장면은 안 넣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레이븐은 곤란하다는 듯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얼마 전에 광고 겸 화보를 찍은 결과가 꽤나 잘 나왔다며 사람들은 칭찬했지만, 어째 탐탁치 않았을 뿐이었다. 속옷 광고까지야 그렇다고 치자. 다만 넣지 말자고 한 컷까지 멋대로 실려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 화보들을 가지고 여성 모델과의 관계를 추측하려 드는 파파라치 기사들도 지독하리만큼 쏟아져 나왔다. 곤란한데. 곤란해. 우선 그가 돌아오기 전에 대충 치워둬야지. 한숨이 절로 나오는 해질녘이었다. 외출 때문인지 제 연인이 꽤나 늦은 시간에 귀가한 날이었다. 비가 추적대면서 내리는 밤. 당신 몪으로 남겨둔 파스타가 식어 갔다. 연락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계속 바라보고만..